사내 스타트업이 만들어야 할 진짜 MVP: 완성품이 아닌 학습 도구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교육/워크샵, 코칭으로 참여하다 보면 흔히 마주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육성기간 동안 온갖 노력, 관심, 리소스를 집중시켜서 최종 평가 직전에 MVP를 완성시키고 이를 최초로 최종발표때 선보이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발표된 MVP는 최종 평가 이후 곧바로 시장의 평가를 받을까요?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그 결과물은 실제 시장에서 검증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맙니다.

이것이 제가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주로 마주하는 MVP의 현실입니다. 보통 MVP는 고객과 시장을 검증하는 도구로써 빠르게 제작되고 실험하고 폐기 또는 개선하는 학습 사이클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내벤처팀들이 MVP를 ‘발표회에서 보여주기 위한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잘못 이해하고, 실제 시장 검증 없이 육성 기간 동안 가장 완성도 높은 시제품을 만들고 선보인 후 끝내는 오류를 범합니다.

저는 MVP의 본질은 ‘만들기’가 아니라 ‘배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간단하지만 중요한 관점의 전환이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내 스타트업이 만들어야 할 MVP는 무엇인가?’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MVP란 무엇인가: 실험 도구로서의 최소존속제품

MVP는 ‘최소 존속 제품’으로, ‘고객에게 효용을 주는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제품’을 의미합니다. 고객과 시장을 검증할 때 잠재 고객이 실제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을 통해 학습하도록 하는 도구로 에릭 리스(Eric Ries)의 린스타트업(Lean Startup) 방법론을 통해 대중화된 개념입니다. MVP는 본질적으로 ‘학습 도구’입니다. MVP는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 핵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춘 실험 도구인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MVP를 통해 검증할 수 있는 가설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Desirability (고객이 진짜 원하는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검증해야 할 가정이 바로 Desirability 관련 가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새롭게 창조한 제품이 고객이 진짜 원하는 제품이어야 나머지 비즈니스 모델, 성장 전략이 의미있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Desirability 가정은 새로운 제품, 비즈니스 모델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자 하는 요소입니다. 채널, 수익모델, 시장규모, 추정손익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지니고 있는 잠재성과 가능성을 판단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이들은 최초 고객이 진짜 원하는 제품을 만들었는지 여부가 통과돼야 비로소 관심을 갖고 평가하는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초기 스타트업 또는 사내벤처 팀이 비즈니스/프로젝트 착수 후 가장 먼저 검증해야 할 핵심 가정이 바로 Desirability 가정이며,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고객은 누구인가?
  • 고객의 미충족 니즈는 무엇인가?
  • 고객의 미충족 니즈를 탁월하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
  • 고객이 계속 사용하는가?

2) Viability (사업적으로 지속가능한가?)

Desirability 검증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로서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거나 비용 구조가 지나치게 높다면 장기적인 사업으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Viability 검증은 다음과 같은 핵심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 고객이 이 제품/서비스에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
  •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대에서 충분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가?
  • 고객 획득 비용(CAC)이 고객 생애 가치(LTV)보다 낮은가?
  •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인가?
  • 초기 투자 이후 합리적인 기간 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가?

이 가정을 검증하기 위한 MVP는 반드시 실제 결제 경험을 포함해야 합니다. ‘무료 베타’ 형태로만 제품을 테스트한다면 진정한 지불 의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직접 세일즈가 당장 힘들겠지만, 지인 중심의 사전 주문,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구매 의사, 지불 용의 등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데 있어서 꾸준히 변동비가 발생하는 BM의 경우, 대략적인 단위 변동비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받아야 할 최소 가격 기준 수립, 전반적인 손익 추정과 펀딩 계획을 잡을 수 있기에 육성기간에 최대한 이 부분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Feasibility (기술적으로 구현가능한가?)

세 번째로 중요한 가정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입니다. 고객이 원하고 지불할 의사가 있더라도, 팀이 가진 기술적 역량과 자원으로 그 제품을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스케일업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합니다.

Feasibility 검증을 위한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역량이 팀 내에 있는가?
  • 현재의 기술로 고객이 기대하는 성능과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가?
  • 사용자 수가 급증해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 제품 개발 및 유지보수에 필요한 리소스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 특허나 지적재산권 등의 기술적 장벽이 존재하는가?

사내벤처의 경우, 모기업의 기술 자산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기업 문화나 시스템에 따른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MVP를 통해 이러한 기술적 가정을 검증할 때는 단순히 ‘작동하는가’를 넘어 ‘확장 가능한가’와 ‘지속 가능한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4) Language-Market Fit (어떻게 말해야 반응하는가?)

마지막으로 검증해야 할 가정은 Language-Market Fit입니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표현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목표 시장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Language-Market Fit 검증을 위한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어떤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 가장 강력한 고객 반응을 이끌어내는가?
  • 어떤 용어와 표현이 고객의 공감을 얻는가?
  • 제품의 핵심 가치를 고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 경쟁사와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 마케팅 채널별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른가?

Language-Market Fit은 종종 간과되지만, 실제로는 매우 중요한 검증 요소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고객이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MVP 단계에서 다양한 메시지와 표현을 A/B 테스트하거나, 랜딩 페이지의 여러 버전을 테스트하여 어떤 언어가 가장 효과적인지 검증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 가정 검증은 서로 독립적이 아니라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Language-Market Fit은 Desirability 검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Feasibility는 Viability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MVP를 설계할 때는 이러한 가정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체계적으로 검증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MVP의 형태: 꼭 ‘앱’일 필요는 없다

MVP에 대한 또 다른 흔한 오해는 그것이 반드시 ‘앱’이나 ‘웹사이트’와 같은 디지털 형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MVP는 어떤 형태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잠재)고객에게 실제 효용을 제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핵심 가설을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사내벤처팀이 학습도구로써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MVP의 몇 가지 형태를 살펴보겠습니다.

1) 랜딩페이지 + 폼

극초기 단계에서 가장 빠르고 손쉽게 검증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단순한 웹페이지와 신청 양식만으로도 고객의 관심도와 니즈를 검증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실제로 이메일을 남기거나 신청 버튼을 클릭하는지를 통해 초기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 Desirability : 고객이 지니고 있는 문제, 미충족 니즈 탐색
  • Language-Market Fit : 채널, 광고 방식, 소재와 그 문구에 대한 검증

2) 인터뷰 + 프로토타입 이미지

실제 고객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제품/서비스의 프로토타입 이미지를 보여주고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입니다. 요즘처럼 생성형 AI를 활용한 프로토타이핑이 쉬워지고 그 완성도가 향상된 시기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라 생각합니다.

  • Desirability :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 접근 방향성 검증, 대략적인 UI 디자인 또는 서비스 플로우에 대한 고객경험 간접 검증

3) 노코드 툴 기반 MVP

Bubble, Webflow, Airtable 등의 노코드 툴을 활용하여 단일 기능 또는 소수 기능의 MVP를 구현하여 고객을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내부적으로 개발자 및 UI디자이너가 있다면 시도해볼 만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렇게 만들어진 MVP가 실제 고객에게 효용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Marketplace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or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던지, 소프트웨어라면 고객의 특정 과업을 완수할 수 있는 수준의 기능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 Desirability : 극초기 사용자들의 참여 또는 리텐션으로 수용성 검증
  • Viability : 특정 고객 서비스 프로세스 수행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검증, 직접 판매를 통한 프라이싱 검증
  • Feasibility : 1.0 버전에서 최종 구현해야 할 기능/스펙에 대한 현실적인 구현 가능성 검증
  • Language-Market Fit : 초기 사용자 확보 과정에서 LMF 검증

4) Concierge MVP (집사처럼 수동으로 제공)

자동화된 시스템 없이 수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향후 앱으로 자동화할 배달 서비스를 처음에는 전화와 메시지로 수동 운영하며 수요를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형태가 아니라 ‘쓸모’입니다. MVP는 그것이 검증하고자 하는 가설에 가장 적합한 형태여야 합니다. 때로는 종이에 그린 스케치만으로도 충분한 검증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반면, 어떤 가설은 실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이 있어야만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 Desirability :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 또는 니즈 여부 검증
  • Viability : 지불 용의에 대한 검증
  • Feasibility : 제품이 수행하는 핵심 프로세스 타당성 검증, 최종 제품으로 구현가능성 여부 검증
  • Language-Market Fit : 초기 사용자 확보 과정에서 LMF 검증

MVP의 한계 및 그 대안

고객과 시장을 검증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진짜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써 MVP가 필요하다는 개념이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 자체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점차 줄어들고 또한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 개념이 대두되면서 점점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꾸준히 이제는 MVP가 아닌 MLP(Minimum Lovable Product), MMP(Minimum Marketable Product) 등 대안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MLP(Minimum Lovable Product): 사용자가 단순히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사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으로, 감성적 연결과 긍정적 경험을 중시
  • MMP(Minimum Marketable Product): 시장에 출시하여 실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와 경쟁력을 갖춘 최소한의 제품으로, MVP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시장 경쟁력을 요구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MVP와 MLP, MMP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결국 불확실한 시장과 비즈니스의 성공/성장에 대한 핵심 가정을 검증하는 도구입니다. 고객과 과업,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취사선택되어 활용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MVP, MLP, MMP 등 어떤 접근법이 적합한지는 비즈니스 모델과 제공하는 가치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1. 거래 중개나 정보 제공 중심 비즈니스: 고객에게 Transaction이나 Attention 등의 가치를 제공하는 경우(예: 중개 플랫폼, 정보 서비스 등), MVP의 형태로도 충분히 가치 검증이 가능합니다. 핵심 기능만 있어도 사용자들이 핵심 가치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소프트웨어 자체가 제품인 경우: SaaS나 앱 자체가 제품인 경우(예: 노트 앱, 생산성 도구 등)에는 MLP, MMP 수준의 완성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미 노션, 옵시디언과 같은 완성도 높은 제품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용어와 형태에 연연하기 보다는 주어진 제약 안에서 최대한 비즈니스의 성공/성장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검증하고 무엇을 학습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사내벤처팀에게 필요한 마인드셋입니다.

사내벤처팀이 흔히 빠지는 함정

위와 같이 MVP가 본질적으로 무엇이고, 사내벤처팀이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 주제에서는 많은 사내벤처팀들이 MVP 개발 과정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함정을 인식하고 피하는 것이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1) UI나 비주얼에 집착하기

많은 팀들이 MVP 단계에서부터 세련된 UI와 비주얼에 지나치게 집착합니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는 제품의 핵심 가치와 기능이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보기 좋은 앱이라도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2) 발표회 중심의 개발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중간/최종 발표회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그러나 너무 발표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실제 고객 반응 확인이라는 본질적인 목표를 놓치기 쉽습니다. 발표장에서의 호평이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3) 기능 과잉

“이것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저 기능도 넣자”라는 식으로 계속해서 기능을 추가하다 보면 MVP의 ‘최소(Minimum)’ 원칙을 위반하게 됩니다. 이는 개발 기간 지연과 리소스 낭비로 이어지며, 핵심 가설 검증을 어렵게 만듭니다.

4) 검증 없는 확신

“우리 제품은 분명히 고객이 원할 거야”라는 확신 아래, 실제 검증 과정을 생략하거나 형식적으로만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믿음 기반 개발’은 시장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어 실패 확률을 높입니다.

5) 피드백 회피

부정적인 피드백을 두려워하거나 무시하는 경향도 문제입니다. MVP의 목적은 정확히 이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인데, 이를 회피하면 제품과 시장 간의 간극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이러한 함정들은 모두 MVP의 본질적 목적인 ‘학습’과 ‘검증’을 방해합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 운영자는 팀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가이드하고 올바른 MVP 개발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검증을 위한 MVP 기획, 개발 및 활용

MVP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시장 검증을 위한 도구입니다. 효과적인 시장 검증을 위한 MVP 전략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린스타트업 사이클 적용

에릭 리스가 제안한 ‘만들기 → 측정 → 배우기’의 사이클을 MVP 개발과 운영의 기본 프레임워크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 사이클을 빠르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제품과 시장의 적합성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 만들기: 핵심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 개발
  • 측정: 사용자 행동과 반응을 객관적으로 측정
  • 배우기: 측정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사이트 도출

2) 명확한 가설 설정

MVP를 개발하기 전에 검증하고자 하는 가설을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20-30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건강한 음식을 배달받기 위해 5,000원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와 같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형태로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측정 지표 사전 정의

MVP를 통해 무엇을 측정할 것인지 미리 정의해야 합니다. 가입자 수, 전환율, 재방문율, 지불 의사 등 가설 검증에 적합한 지표를 선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MVP 설계에 반영해야 합니다.

4) Language-Market Fit 중심 접근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 이전에, 고객이 어떤 언어와 표현에 반응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어떻게 설명하고 포지셔닝하느냐에 따라 고객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메시지와 표현을 테스트하여 최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러므로 초기에 당장 제품이 없더라도 가짜 랜딩페이지와 고객의 최소한 반응을 수집할 수 있는 폼만으로 구성된 MVP 개발 및 검증만으로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학습하고 비즈니스 개선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5) 실제 사용자 확보 전략

초기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오류 중 ‘꿈의 구장 오류’가 있습니다. 이는 1989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빗대어 표현한 개념으로써 핵심 메시지는 ‘제품을 완성했다고 해서 알아서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모이는 것이 아니다’입니다.

MVP도 마찬가지입니다. MVP를 만들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용자가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사전에 수립해야 합니다. 만들어진 MVP에 대한 잠재 사용자를 찾고, 사용자가 MVP를 사용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얻는 과정에서 실제 사용자 확보 전략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면 매우 이상적인 MVP 검증 활동이 될 것입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 운영자의 역할: ‘제품 완성’보다 ‘시장 학습’에 초점 맞추기

그렇다면 사내벤처 프로그램 운영 실무자는 팀들이 MVP를 통해 효과적으로 시장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게 이상적일까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 초기 오리엔테이션에서 MVP 개념 명확히 인식시키기

프로그램 시작 시점에서부터 MVP의 본질과 목적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MVP는 ‘완성된 제품’이 아닌 ‘검증 도구’임을 강조하고, 성공적인 MVP 사례와 실패 사례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2) MVP 및 시장 검증 계획 수립 워크샵 제공

팀들이 체계적으로 MVP를 계획하고 시장 검증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워크숍이나 코칭을 제공해야 합니다. 가설 설정, 검증 방법론, 측정 지표 선정 등을 구체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MVP 개발 및 검증 예산 유연화

시장 검증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 사용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인터뷰 참여자 리워드, 소규모 광고 집행, 프로토타입 제작 등에 신속하게 자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소액 결제 절차를 단순화하여 팀들이 빠르게 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4) 중간/최종 발표 평가 기준 전환

발표회의 평가 기준을 UI 완성도나 기능의 다양성보다는 ‘시장 반응’과 ‘학습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몇 명의 실제 사용자를 확보했는가?”, “어떤 가설이 검증되었고 어떤 가설이 기각되었는가?”, “그로부터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는가?”와 같은 질문이 평가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5) 지원금 소분 지급을 통한 점진적 검증 유도

프로그램 지원금을 한 번에 지급하기보다는, 단계별 검증 결과에 따라 소분하여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가설 검증 단계, MVP 개발 단계, 시장 검증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의 성과에 따라 다음 단계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팀들이 단계적으로 검증을 진행하도록 유도하고, 검증되지 않은 방향에 과도한 자원이 투입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6) 전문 멘토링 연계

MVP 개발과 시장 검증에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과의 멘토링을 연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해당 산업 분야의 경험자,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자, 제품 관리 전문가 등의 실질적인 조언은 팀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의 MVP의 의미를 사업화 관점에서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MVP는 단순한 ‘최소 기능 제품’이 아닙니다. MVP는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학습을 얻기 위한 시장 검증 도구’입니다. 이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습과 발전의 시작점입니다. 한편, MMP는 ‘시장에 진입하여 실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완성도를 갖춘 제품’으로, MVP의 다음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성공은 ‘얼마나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시장을 이해하고 적응했는가’로 측정되어야 합니다.

성공적인 사내벤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는 MVP와 MMP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발표회를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진정한 시장 기회를 발견하고 활용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법이라는 사실을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유한다면 Product Discovery 미션을 지닌 조직으로서 사내벤처팀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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