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2025년 6월 18일) 잠들기 전에 진짜 흥미로운 글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하는 프레임워크 중 하나인 ‘The Road to $100M Product’를 제시한 Reforge 창업자 Brian Balfour가 진짜 오랜만에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로 제목도 ‘The Next Great Distribution Shift’, 문자 그대로 ‘차세대 유통 대변혁’이네요.
분량이 매우 길었지만,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글의 주요 내용에 제 생각을 얹어서 요약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글의 원문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십시오.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경험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술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 ‘인터넷’, ‘모바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 변화 초입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AI’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술 변화 시기에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조와 성장을 결정짓는 2가지 요인, 즉 기술과 유통에 대한 혁신을 야기하고, 그 혁신의 파도에 잘 올라타는 기업들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니콘 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혁신과 유통 혁신은 동시에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개 기술 혁신이 먼저 선보이고, 그 뒤에 유통 혁신이 따라오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기술혁신 초입기에 무수히 많은 선구자들이 나타나지만, 이들은 오히려 너무 빨리 시작한 까닭에 유통 혁신을 누리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됩니다. 진짜 승자는 후발주자처럼 보이지만 유통 혁신의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하고 활용하여 성장한 플레이어들입니다.
‘인터넷’ 시대는 1990년대 초반 시작됐지만, 인터넷 비즈니스의 폭발적인 성장은 Google의 등장과 성장에 맞물려 나타났습니다. Google의 특정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남으로써 보다 효과적&효율적으로 신규 사용자/고객을 획득한 것입니다.
‘모바일’ 시대는 2000년대 후반에 시작됐지만, 진짜 모바일 앱 비즈니스의 성장은 Facebook이 모바일 광고를 출시하면서 앱이 대규모 사용자를 보다 효과적&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하자면, 각 시대별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유통 플랫폼(Google, Facebook, AppStore, LinkedIn 등)이 존재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이런 유통 플랫폼을 잘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유통 플랫폼 자체가 성장하고 하나의 거대 비즈니스가 되기 전까지 공통적으로 거치는 3단계 사이클이 존재합니다. 이를 Brian Balfour는 ‘The Repeating Cycle: From Open To Closed’라고 칭합니다.
유통 플랫폼이 세계 최고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까지 도달하는 여정을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1단계: 해자(Moat) 인식
- 플랫폼이 자신만의 경쟁 우위 요소 파악
- Facebook: 소셜 그래프 (누가 누구를 아는가)
- Google: 검색 데이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 Apple: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 LinkedIn: 전문적 데이터 및 행동 패턴
- 플랫폼이 자신만의 경쟁 우위 요소 파악
- 2단계: 게이트 개방
- 해자 구축을 위해 개발자/크리에이터를 적극 유치
- 관대한 정책: 무료 API, 바이럴 채널, 높은 수익 분배
- “우리 플랫폼에서 성공하세요!” 메시지
- 목적: 외부 참여자들이 해자를 더 깊고 넓게 만들어주길 기대
- 3단계: 폐쇄 및 수익화(Close for monetization)
- 해자가 충분히 견고해지면 규칙 변경
- 수수료 부과, 기능 제한, 경쟁 서비스 직접 출시
- 방법: ①인기 앱 베끼기 ②직접 세금 ③간접 세금(도달률 제한)

1단계 해자 식별/정의 단계에서는 각 플랫폼이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Facebook는 ‘누가 누구를 아는지’ 나타내는 소셜 그래프, Google은 사람들이 원하는 검색 데이터, Apple은 iPhone을 중심으로 한 독자 앱생태계 구축 등입니다.
2단계 개방(Open the Gates) 단계에서는 각 플랫폼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거나 플랫폼이 해자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외부 플레이어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단계입니다. 외부 플레이어가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촉진합니다. 예를 들어 Google은 양질의 콘텐츠를 수록한 페이지를 최상단에 노출시켜주며, Facebook은 기업(특히 소셜 게임사)들이 Open API를 활용해 유저의 피드에 게임 내 활동을 적극 노출시킬 수 있게 함으로써 유저의 친구들이 보다 쉽게 인지하고 유입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3단계 폐쇄(Close for monetization) 단계에서는 플랫폼이 무료로 제공하는 것들을 유료로 전환하고, 무제한 허용했던 효용들을 제한하기 시작합니다. 외부에서 보면 난폭한 정책 변화로 보일 수 있지만, 이미 플랫폼이 지닌 해자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폐쇄 단계에서 플랫폼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하는 주요 조치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가장 인기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제공
- 수익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수취
- 유기적 도달 범위를 인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유료 광고 전환 유도
Google, Facebook, App Store, LinkedIn. 그리고 국내에서 ‘플랫폼’으로 최고 위치까지 도달한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을 보더라도 앞서 1,2단계를 모두 거쳐 3단계에 위치하며 유의미한 재무적 성과를 매년 기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주요 유통 플랫폼이 1~3단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져가고 있을까요? 각 유통 플랫폼 별 사례를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1단계 : 해자 인식 | 2단계 : 플랫폼 개방 | 3단계 : 플랫폼 폐쇄 | |
Google (검색엔진) | 대규모 검색 데이터, 콘텐츠 | 양질의 웹문서에 대해 상위 노출 | 키워드 광고 업체 노출, 유사 자사 제품 우선 노출 등 |
Facebook(소셜 네트워크) | 회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회원 네트워크(소셜 그래프) | 페이스북 내에서 다양한 제품 오픈 및 운영 지원(Open API), 콘텐츠 등이 빠르게 친구들에게 도달하려고 알고리즘 제공, 플랫폼 내 발생하는 매출 100% 수취 지원 | 오가닉 도달 범위 제한, 다양한 광고비 청구, 거래 수수료 청구, 특정 기능 제한 |
Apple AppStore (마켓플레이스) | iPhone을 보다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다양한 앱 개발 및 생태계 구축 | 거래 수수료 30%만 수취, 외부 결제 수단 허용, 앱 등록 무료, 오가닉 도달 확장 제공 등 | 인앱 결제 의무화(외부 결제 방식 비허용), 앱 등록/업데이트 심사 강화 등 |
LinkedIn(소셜 네트워크) | 회원들의 자신의 직업이나 업무에 대한 전문적 데이터 축적 | 피드에서 크리에이터 콘텐츠 우선 배치(오가닉 도달 지원) | 유료 멤버십 회원에 한하여 도달 확장 등 차별 지원 |
이렇게 스타트업의 일반적인 성장 패턴은 명확합니다. 대세가 될 유통 플랫폼을 먼저 인식해서, 플랫폼이 원하는 부분을 제공하면서 반대급부로 플랫폼의 혜택을 받아 효과적&효율적으로 성장합니다. 어느정도 성장의 천장에 다다랐을 때 유통 플랫폼에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성장을 지속할 구조를 갖추든지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탐색하고 이동하든지, 혹은 유통 플랫폼의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유의미한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함으로써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펀더멘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신생 스타트업이 유통 플랫폼을 관찰하고 활용하는 전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해자 기여자 되기
- 플랫폼의 Moat 파악 및 그 구축에 핵심 기여자로 포지셔닝
- 예: ChatGPT의 컨텍스트+메모리 해자에 기여할 수 있는 데이터/기능 준비
- 2단계: 골든타임 극대화
- 개방 정책의 혜택을 누구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활용
- 동시 진행: 플랫폼 성장과 함께 자체 고객 DB/브랜드 구축
- 3단계: 생존 체질 전환
- 플랫폼 세금/제약 하에서도 수익성 확보 가능한 구조로 전환
- 핵심: 독자 채널 확보 + 차세대 플랫폼 기회 선제 탐색
- 추가 포인트
- 전 단계 공통: “플랫폼을 활용하되 의존하지 말라”
- 마인드셋: 플랫폼은 친구도 적도 아닌 “자연 현상”으로 인식
- 궁극 목표: 플랫폼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축

그런데 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지금까지 유통 플랫폼의 변화를 설명하려고 Brian Balfour가 글을 쓴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글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AI 시대를 맞춰 새로운 유통 대변혁이 예상되는데, Balfour는 아주 높은 확률로 차세대 유통 플랫폼으로 Open AI의 ChatGPT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왜 AI 기반 제품의 대표 유통 플랫폼으로 ChatGPT가 유력한가? ChatGPT는 이미 엄청난 AI 제품 사용자 Pool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충성도 또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 2025년 4월 말 기준, WAU 8억 명
- Paid Customer 코호트 Retention이 스마일 커브를 그리기 시작(특히, 최근 코호트의 경우 유료 구독 유지율 90%)
- 다른 AI 제품과 비교했을 때 유료 구독자 유지율이 55~60% 사이에 Plateau 형성 (참고로 Claude의 유료 구독 유지율도 Plateau를 보이고 있으며, ChatGPT보다는 약간 낮은 상태. 50% 내외)


물론 이미 Cursor 등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는 AI기반 제품도 있지만, Balfour는 이를 ‘기술력 자체가 만들어 낸 입소문’으로 새로운 형태의 지속가능한 유통 채널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AI 제품에 대한 진정한 유통 대변혁은 오지 않았다는 의견입니다.
차세대 유통 플랫폼으로써 ChatGPT로 돌아가면 ‘1단계 : 해자 정의’를 지나 2단계로 향하고 있는 시점으로 보여진다고 합니다. ChatGPT가 다른 LLM과 달리 독보적인 경쟁우위을 얻기 위해서는 확보해야 할 자산은 사용자의 전체 맥락과 데이터로 정의한 것으로 보여지며, 최근 Connector 등 신기능 출시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의 말미에서 ChatGPT가 차세대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움직임이 예상되며, 이때 대부분 SaaS/Consumer App이 ChatGPT와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하며 글을 마무리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ChatGPT, Claude, Perplexity만 제 개인 용도로 쓰고 있는데, ChatGPT가 유통 플랫폼으로 개별 플레이어와 어떤 Win-Win 구조를 그릴 수 있을지 아직은 감이 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몇가지 가정을 해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LLM과 결합을 통한 폭발적 생산성을 콘텐츠화하여 바이럴
- LLM을 결합하면 이전보다 특정 과업/문제에 대해 폭발적 생산성 경험
- 최종 사용자가 이전 대비 별다른 노력없이도 훨씬 더 나은 결과 경험할 수 있게 됨
- 이런 유저 성공 사례를 바이럴 콘텐츠화 하여 잠재 유저들에게 노출하고 그들의 FOMO를 일으켜 신규 유저 확보
- (한계) 앞서 Cursor 사례와 유사로 근본적인 채널 변화는 아님(Virality)
- LLM과의 직접 파트너십 프로그램 운영
- 기업과 LLM 업체 간 직접 상업적 파트너십 체결
- LLM 사용자가 특정 과업을 수행할 때 LLM 상에서 직접 외부 제품 내 축적된 데이터, 맥락 불러와서 LLM과 협업 가능하게 함
- 또는 특정 질문에 대해 파트너사 제품을 소개 & 추천
- (한계) 이미 사용자와 데이터/맥락을 확보한 대기업(예 : Dropbox 등)은 가능하지만, 이제 막 제품을 만든 신규 스타트업은 접근하기 어려워 보임
- LLM 내 부가서비스로 포지셔닝
- LLM에 일종의 Add-on 또는 Extension 형태로 제품 개발 및 배포
- LLM 사용자가 특정 과업을 LLM으로 수행하는데 있어서 훨씬 효과적인 부가 서비스를 구독하고 사용하는 식으로 유저 확보
- (한계) 과거 GPT Store 형태로 시도했다가 실패한 접근. 사용자 입장에서 월 $20 사용료는 내는 마당에 애드온에 추가 지출 여력 거의 없어 보임
스타트업 채널 전략 프레임워크를 살펴보면, 결국 우리 제품과 목표 고객에 알맞은 유통 플랫폼을 선택하고, 유통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Rule & Regulation을 충실히 따르면서 성장하며, 이후 유통 플랫폼에서의 효용이 저하되거나 성장 자체가 둔화되면 새로운 채널 탐색 및 이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유통 플랫폼으로 ChatGPT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유통 채널로서 ChatGPT는 어떤 Rule & Regulation을 가져가고 어느정도의 큰 성장을 효과적&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관찰해보는게 스타트업 입장에서 필요해보인다는 고루한 결론으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