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린 스타트업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 Ben Yoskovitz의 6가지 반박과 실무 적용법

2008년 에릭 리스가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게 거의 20여 년전입니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스타트업과 제품 개발 영역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깊은 영향력만큼이나 수많은 안티 의견이 지속해왔습니다.

  • Ben Horowitz (Andreessen Horowitz 공동창업자, VC) : ‘Running lean’을 목적으로 삼아선 안 됨;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이 시장 승리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지적 (2010)
  • Teppo Felin 등 경영학 학자 (MIT, Wharton 등) : 대기업 제조 방식이 스타트업에 그리 적합하지 않음. MVP 기반의 반복 실험은 혁신보다 점진적인 개선에 머무를 위험(2010년대 중반)
  •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신봉한 GE의 몰락과 Predix의 실패
  • Sachin Rekhi (Notejoy 창업자, LinkedIn 前 임원) : 전략 없이 실험에만 치중(agnostic experimentation), MVP에만 의존해 ‘빠른 실패’만 유도, 핵심 차별화가 아닌 소소한 개선에만 집착하게 됨(2020년대)
  • Keith Rabois (Founders Fund, Opendoor 공동창업자) : “린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의 독”이라며, 진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예: 아이폰, 테슬라)은 린원칙으로 불가능하다고 강력 비판(2020년대)

그런데 최근 AI 시대를 맞아 또 다른 린스타트업 무용론이 등장했습니다. Y Combinator의 게리 탄(Garry Tan)과 네이선 코비(Nathan Covey) 등은 “AI가 린 스타트업을 죽였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AI로 무엇이든 빠르게 만들 수 있으니 고민할 시간에 그냥 만들어라는 것입니다.

2025년 5월, Y Combinator의 네이선 코비는 유튜브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호기심을 따라가라. 미래의 가장자리에서 살아라. 결국 유용한 무언가에 부딪힐 것이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만들어라. 분명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호기심이 가장 중요하다. AI 도구들이 개발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기 때문에, 검증보다는 빌드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입니다.

호기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호기심을 갖고 가볍게 시도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비즈니스 기획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간단한 실험과 본격적인 스타트업 창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Ben Yoskovitz의 6가지 반박: 왜 린 스타트업은 여전히 살아있는가

‘린 애널리틱스’의 저자 벤 요스코비츠(Ben Yoskovitz)는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는 “속도가 방향성 없이는 단순한 혼돈일 뿐”이라며, AI가 린 스타트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벤 요스코비츠는 다음 6가지 이유를 바탕으로 여전히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여 이렇게 주요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글의 원문은 아래 링크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유 1 : 가장 위험한 가정부터 시작하기

린 스타트업의 핵심은 가장 위험한 가정부터 검증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는 ‘과연 누군가 이 제품을 원할 것인가?’라는 desirability 검증입니다. AI 도구를 활용하면 랜딩 페이지나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 이를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창업팀은 무언가를 출시하고 나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에 감정적으로 애착을 갖게 됩니다.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자신들의 스타트업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객관적 판단을 흐리고, 신호가 약해도 포기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출시 전 충분한 실험과 검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출시는 객관성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AI로 빠르게 출시할 수 있다고 해서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유 2 : 검증된 학습이 단순 산출물보다 중요하다

AI는 빌드를 쉽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출시할 때 실제로 무언가를 학습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AI 스타트업들은 빌드와 출시에만 몰두할 뿐, 실제 학습을 측정하지 않습니다. 사용자와 대화하지도 않고, 행동을 관찰하지도 않으며, 이틀 후 이탈하는 이유를 묻지도 않습니다.

검증된 학습이 없으면 피봇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피봇은 검증된 학습에 기반한 전략적 방향 전환입니다. 추측이나 허둥대는 것이 아닙니다. 학습에 집중하지 않으면 피봇이 아니라 단순히 재시작을 반복하게 됩니다. 아이디어 1번을 버리고 아이디어 2번으로 넘어가되, 1번이 잠재력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이유 3 : 고객 이해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고객에 대한 이해 부족은 거의 확실한 죽음을 의미합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구식 산업의 비효율적인 워크플로우를 발견하고 “AI가 이걸 해결할 수 있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 그것이 비효율적인지 – 규제, 인센티브, 통합 시스템, 기존 행동 패턴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근본 원인이 아닌 증상만 해결하게 됩니다.

고객은 변하지 않습니다. 신규 비즈니스는 언제나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AI를 활용해 ‘합성 사용자’와 인터뷰를 시뮬레이션할 수는 있지만, 이는 실제 사용자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합성 사용자는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이 없고, 혼란스럽고 좌절스러운 피드백을 주지 않으며, 구매 행동을 드러내지도 않고, 후속 연락에서 잠수를 타지도 않습니다.

이유 4 : 유통의 지속적 어려움과 높은 이탈률 문제

유통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더 쉬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1,000개의 AI 스타트업이 모두 동일한 아이디어로, 동일한 랜딩 페이지 템플릿으로, 동일한 OpenAI 래퍼로 출시할 때 아무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많은 AI 스타트업들이 초기 트랙션에서 거짓 긍정 신호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AI에 대한 주류 관심이 사람들로 하여금 AI 도구를 빠르게 시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상사들이 직원들에게 “AI를 사용하라!”고 지시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많은 가입, 초기 채택, 심지어 매출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AI 도구들도 기존 소프트웨어와 같은 방식으로 실망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반짝이는 도구들에 주의가 분산되고 한 솔루션에서 다른 솔루션으로 넘어갑니다. 결국 높은 이탈률이 실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새로운 AI 도구를 시도하고, 한두 번 돌아오다가 그만두는 것입니다.

실제로 Cluely의 경우를 보면, 제품 자체를 차치하더라도 유통은 오롯이 창업자가 관심을 이끄는 역량으로 초기 트랙션을 만들어냈습니다. 유통은 여전히 창업자의 핵심 역량이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이유 5 : MVP의 진화, 죽지 않고 기준만 높아졌다

“MVP가 죽었다”는 주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MLP(Minimum Lovable Product)를, 다른 이들은 SLC(Simple Lovable Complete)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용어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MVP라는 용어는 여전히 유효하고 완전히 타당합니다.

MVP의 목적은 문제-솔루션 적합성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즉, 실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검증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AI는 빌드와 출시를 쉽게 만들어줍니다. 이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얇은 엉터리 MVP 대신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완성된 MVP’를 더 쉽게 구축할 수 있게 해줍니다.

개인적으로 MVP는 결국 목표 고객과 그들이 기존에 활용하는 대안재에 따라 요구 기준과 난이도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MVP를 비롯해 MLP, SLC 등은 모두 최종 사용자 관점에서 기존 대안재 대비 효용을 갖고 실제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인지 아닌지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MVP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품 카테고리에 따라 Minium Viable의 기준이 높아진 것입니다.

이유 6 : 올바른 지표 측정의 중요성

검증된 학습은 직감이 아닙니다. “이게 유망해 보인다”거나 “데모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혁신 회계(innovation accounting)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기준선을 정의하고, 학습을 이끄는 실험을 실행하며, 그 결과를 사용해 진정한 진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올바른 것들을 측정하지 않으면 벽을 향해 가속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가입자 수는 잔존 사용자가 아니고, 챗 상호작용은 참여 고객이 아니며, 초기 ARR은 제품-시장 적합성이 아닙니다.

결국 본질은 AARRR 프레임워크입니다. 사용자를 ‘유입’시킨 후 ‘활성화’하고, ‘재사용’하게 만들며, ‘매출’로 전환시키고, 궁극적으로 고객이 다른 고객을 ‘추천’해서 데리고 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AI는 린 스타트업을 죽이지 않는다, 가속화할 뿐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시작 단계에서 의도적인 계획(Deliberate Startup)과 계획 내에서 가장 위험한 리스크를 식별하고 검증한 후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물론 지향하는 비즈니스가 라면 비즈니스(Ramen Business)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Lifestyle Business)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AI 도구를 활용한 빠른 제품 개발 및 수익화는 라면 비즈니스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경우에는 굉장히 좋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Micro SaaS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벤처 투자를 받아 10배, 100배 성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접근법이 달라야 합니다. 목표에 따라 방법론을 차별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10배, 100배 성장 동인에 자원을 집중하기 전에 올바른 성장의 핵심 동인을 이해하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필요한 접근이 결국 Build-Measure-Learn 사이클의 반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Ben Yoskovitz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AI는 린 스타트업을 죽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핵심 원칙들을 가속화합니다. 과거에 한 번의 실험을 실행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면, 오늘날에는 같은 시간에 10번의 실험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제대로 수행하고, 가설에 집중하며, 중요한 것들을 우선시하고, 결과에 대해 지적으로 정직할 때만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린 스타트업의 야매 버전(고객 작업을 건너뛰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람들이 희화화하는 버전) 은 죽었습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린 사이클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는 살아있고 번영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스타트업 성공의 본질이 있습니다.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실제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실제로 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것이 남은 유일한 진정한 해자일지도 모릅니다 – 진정한 고객 통찰력 말입니다. 이를 수행하면 AI 노이즈에서 두드러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요청하지 않은 무한한 ‘출시’ 스크롤에서 또 다른 제품(또는 기능 모음)일 뿐입니다.

AI-driven Product, AI-driven Business Modeling 영역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기획 워크샵, HRD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신 사내벤처 운영부서 또는 HRD 담당자라면 하기 링크도 한 번 살펴봐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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